성인지 감수성…정확한 이해와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이유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혐의를 입증하는 유일한 증거일 경우,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쟁점은 상황에 따라 진술이 변하지 않는지, 직접 경험한 사람만이 진술할 수 있을 정도로 상세하게 진술하고 있는지 여부 등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최근 ‘성인지 감수성’이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성범죄는 공개된 장소에서 이루어지기보다는 밀폐된 장소에서 단 둘만 있다가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범행 당시의 상황에 대한 뚜렷한 물적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피해자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증거만으로도 피고인에 대해 유죄판결을 선고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진술을 더욱 뒷받침하는 법적 근거가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이다.
즉, 법원은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전제로 ‘성인지 감수성’ 즉, 성범죄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표현에 대해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한다는 것은 성범죄 사건에서 혐의를 입증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무조건 피해자의 진술만을 믿고 유죄판결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성인지 감수성은 피해자가 처한 상황과 맥락을 고려하여 최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배제한 상태에서 사실관계를 파악하자는 취지에 불과하다. 따라서 성인지 감수성이 고려된다고 하더라도, 억울하게 성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의 진술이 상세하고 일관되며 이에 부합하는 증거가 있는 등 신빙성이 더 높다면 혐의를 충분히 벗을 수 있게 된다.
원칙적으로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혐의가 입증되어야 한다. 성인지 감수성 논의는 이러한 원칙을 배제하고 자의적인 판단을 하겠다는 취지가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재판을 해야 한다는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다만,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하게 되는 경우 소위 ‘피해자답지 않음’을 주장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고, 피의자 스스로 엄격해진 기준에 대응하기 쉽지 않으므로 억울하게 성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경우 수사 초기부터 성범죄 사건 경험이 풍부한 형사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