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성관계로 고소당한 경우, 변호인의 조력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

한 미디어그룹의 회장 A씨가 집무실에서 비서의 허리를 껴안는 등 방법으로 추행한 혐의를 받아 기소되었다. A씨는 비서와 신체적인 접촉을 한 사실이 전혀 없고, 사건 당시 같이 있지 않았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일관되게 피해사실을 진술하고 있어 추행 혐의를 인정할 수 있다면서 일부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서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반면 2심 법원의 결론은 달랐다. 두 사람의 대화 내용에 비추어보면 여러 차례 신체적인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피해 장소와 일시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강제성이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면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원심은 A씨가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신체적인 접촉을 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으며,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되었던 추행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은 주요 부분에서 전체적으로 일관될 뿐만 아니라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면서,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하는 취지로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파기환송하였다.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즉,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성이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으므로, 개별적인 사건에서 성범죄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성폭행이나 성추행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물적 증거가 없는 경우에도 피해자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만으로 성범죄 유죄판결을 선고하는 경우가 많은데, 성인지 감수성을 근거로 피해자가 처한 사정을 더욱 신중히 고려하므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더 높게 인정되고 있다.
수년 전에 일어난 성범죄 사건의 경우, 기억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CCTV, DNA와 같은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다. 결국 피의자와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혐의를 판단해야 하는데, 이러한 경우 피의자의 진술보다는 피해자의 진술에 더욱 힘이 실릴 수 있어 대응에 유의해야 한다.
예컨대 연인 관계였던 여성이 수년 전 성범죄 피해를 입었다면서 고소를 하여 억울하게 성범죄 혐의를 받을 수 있다. 연인 관계 하에서도 성범죄가 성립할 수 있고, 피해자가 일관되게 진술하는 경우 유죄판결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오래 전의 사건이라고 하여도 수사 초기부터 성범죄 사건 경험이 많은 형사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